눈이 쌓인 산중에 비박을 꿈꿔오던 것을 오늘에서야 실천해보려고 한다.
영하 10~13도를 오르내리는 요즘 기온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신년이 되어 해돋이를 보지 못한 아쉬움도 한몫하니
걱정은 금새 사라지고 짐을 챙기게 되었다.
준비물/배낭,구급약,바닥비닐,에어매트,비비,침낭,우모화,울장갑,스틱,버프,따뜻한모자..는 기본이고 나머지는 개인 선택용품들
음식/(2끼식사)저녁-씻은쌀,김치찌개용 참치,김치,김,소세지,잡채(집에 있던 명절음식을 챙겼다),오가피주,귤
아침-라면,떡국떡,썰어둔파,물2L, 나머지 조리도구는 동행인이 챙겨온다-이렇게 짐의 무게를 조절하면 조타
위의 준비물을 챙기니 2시간 가량이 걸렸다.
해가 지기전 도착을 위해 오후 4시경 관악산을 진입하고, 5시가 되어서 목적지(국기봉)에 도착했다.
30~40분 거리의 늘상 다니던 코스였지만 눈이 와서 조심스럽게 걸었던 것이 1시간이 되었던 거다.
아이젠 없이 조심스럽지만 나는 양손 스틱을 사용했던터라 부담없었다.
국기봉과 관음사 방향 능선으로 비박할 곳으론 괜찮은 조건의 터들이 군데군데 숨겨져 있다.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해 숲이 우거지고 바닥크기와 기울기를 살피며 안성맞춤인 자리를 선택하니, 손이 빨라진다,.
쉘터고정하고 바닥에 비닐을 깔고, 비비와 침낭세팅을 서둘러 끝낸다-해가 지면 기온이 떨어져 모든게 둔해지기 때문이다.
세팅을 끝내니, 저녁을 준비한다.- 해가 져서 추워지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는동안은 추위도 잠시 잊는다. 별미로 챙긴 잡채가 든든하고 맛났다. 이럴때 드는 뿌듯함이 오른다.
눈위에 가스버너를 사용하니 불이 약해 쉽게 음식이 끓지 않아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그럴수록 산위의 음식은 맛난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남은 음식은 항상 그랬듯이 내일을 위해 잘 두었다.
그리고 침낭속으로 쏙 들어가 보니 아직도 해가 지고 어두워도 저녁 7시도 되지 않았다.
눈위에서 자는 것을 실감하며 추위도 금새 느끼게 되었다.
에어매트의 한기 차단력(R-Value5.1)이 무게에 비해 높은 에어매트trail-pro를 사용했음에도 겨울산 바닥의 눈의 한기는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 대신 침낭의 역할과 입고 있는 옷과 기타 보온용품들이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추위에 몇번을 깨고 자고 했지만, 나름 아침6시가 되었을때 눈을 뜨니 몸이 다소 무거웠지만, 잘 버텨낸듯 하다.
비비와 침낭에 입김으로 생긴 결로현상이 얼굴주변으로 하얗게 껴 있었다.
입에서 나가는 수분의 양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침을 든든하고 따뜻하게 해야 가는길도 수월해진다. 그래서 어제 남긴 음식에 물을 붓고 떡국떡과 라면을 넣어 끓인다.
꽁꽁 얼어서 있던 찌개와 가스버너로 잠시 고생을 하다 먹는 음식이라 더욱 맛나게 먹는다. 몸이 따뜻해진다.
떠오르는 태양에 하늘이 노을빛처럼 번져 밝은 달도 껴안는다. 후루룩 라면을 입에 넣으며 태양자국에 눈을 떼지 못하고 흥분한다.
한쪽에서 밝은 달이 둥실 떠 있고 한쪽에서는 붉은 태양빛이 고개를 내밀고 있으니 여러모로 흐뭇뿌듯 감동이다.
카메라를 꺼내 찍으려했으나 베터리가 얼은듯 작동하지 않는다. 눈에 열심히 이 순간을 새겨둔다-입김,공기,눈발자국소리,태양,달..
뒷정리는 깔끔히. 우리가 누웠던 자리에 눈이 녹아 흙이 드러나 있는걸 보니 더욱 한기가 느껴진다.
국기봉에 올라 먼 전경들을 바라본다. 추운날씨에도, 이른 아침에도 산을 오르는 사람은 있었다.
그들이 오른 길따라 우리는 조심조심 우리의 천국, 집으로 돌아간다.
아아~ 눈속에서 잤노라